며칠 전 거의 밤 12시가 된 시간에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 데 딸이
SOS를 보낸다.
잠깐 상담할 게 있다고.
급한 전화가 오기로 되어서
잠시만, 하기에 기다리다
'엄만 내일 얘기할까?'...
... 통화 중인지 답이 없기에
잠이 쏟아지는 걸 참고 있자니
잘 해결됐다는 문자가 온다.
그리곤 어젯밤,
거실에 홀로 앉아 있는 날 보곤
데이트 신청을 한다.
지난 답답하고 힘들었던 사연을
꺼내 놓는다.
하지만 밝은 얼굴로,
내가 좀 큰 거 같다는 얘길 먼저
시작한다.
예전엔 타인에겐 비밀을 지켜주지만
모든 것을 엄마에겐
얘기하고 싶고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 같은 것이 있었는 데
요즘엔, 뭐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면 말을 안 해도 편안하다고...^^
그리곤 그날 밤 일을 이야기한다.
좀 당황스럽고 억울할 수도 있는
일을 당했던 이야기다.

선교단체서 만난 동기와의 관계.
돕고 싶었고 그날 마침 주님이
주신 은혜였기에 함께 나누고 싶고,
우리가 그럴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깊이 인식하곤 그저 나누고 싶었을
뿐인데, 돌아온 것은 생각지 못한
공격과 실망스러움과 분노?
그간 여러 가지로 많이 힘들었던
그 친구가 딸과의 관계에서
쌓였던 감정을 모두 쏟아 내는 듯한
상황인 것 같았다.
하나 당황스럽고 속상하고 맘이
아팠지만 오히려 그 친구가 밉지 않고
그 친구의 상황과 형편과 맘을 향해
긍휼히 여기는 맘으로 기도해
줄 수 있었단다.
(다시 회복되는 시간 이전 까진
과정을 들으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은데....)
그게 감사했단다.
많이 속상했던 이야길 하면 선
눈물짓기도 했지만,
그런 시간을 지나고
다시 그날 밤 그 친구에게
전화가 오기로 연락이 오곤,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자신을 그저 하나님께 가지고 나가
기도함으로 온전히 의지한 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과
관계를 맡겼단다.
아픔 가운데 있는 그를 위해
묻지 않고 기다려주는 것이
배려라고 여겼고 받은 은혜를
나눔으로 함께 해 보면 어떨까?라고
조심스레 건넨 것이
내가 생각하는 선이지만
상대에겐 아플 수 있고
때가 아니어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그에겐 다른 방식의 위로와
격려와 사랑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단다.
엄마 아빠가 도우려 함께 할 수밖에 없던
이들로부터, 가족이기에 옆에 있던 딸이
어려서부터 오랜 기간 동안 일방적으로
겪었던 관계의 어려움들.
딸은 홀로 참아야만 했고 혼자만
용서해야 했다.
지금껏 그들에게 사과를 받아 본 적이 없었고
지금도 건들면 아직 다 아물지 않았구나
라는 걸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돌아볼 만큼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삶을 경험했다.
이렇게 아팠던 일의 기억이 있는 딸은,
주님 안에서 치유와 회복이 되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사하기만 하다는 딸.
이렇게 아픔 이후 용서와 사과와
성장을 경험하는 관계가 너무 좋다는 딸.
감사했다.
자신의 무기력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하나님께 가서 맡기고
구하며 선한 인도하심을 경험해 가는
그의 걸음이.
그간 딸을 위해 기도하던
것을 얘기해줬다.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머리로만이 아닌
성령님을 통해 만져지고 경험되고
깨달아지는 실제적인 믿음이 되어
하나님과의 동행하는 삶이 되게
해 주시길 간구하게 하신 그분의
인도와 역사와 사랑에 감사한다고.
그간 엄마가 기도해 왔다던
이 기도 제목들을 듣더니
기억하려고 이뤄진 것을
확인하려고 다시 얘기해 달라고
하는 그의 마음이 너무 이뻤다.
딸이 중고등 홀로 홈스쿨링을 하며
옆에서 기도해 오던 것들이
대학을 들어가면서 매번
하나씩 열매를 맺게 하신다.
그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막막한
순간마다 아니 매일매일
도저히 감사할 수 없는
순간일지라도
하나님께 내어 드리며 이 모든 시간
경험하고 있는 것들이,
아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상황조차 모조리
당신의 나라와 의를 위해
사용하실 재료가 되게 달라고
간절히 기도하던 대로
하나도 빠짐없이 믿음의 토양이
되게 하시어 열매 맺게 하신다.
그래서 아직 가야 할 길이 기대가 된다.
그래서 지금 아들의 걸음도
같은 심정으로 같이 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새벽이슬 같은 청년의 때가
너무도 소중하고 귀해서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 더 깊이
만나주시길 소망케 하시던 주께서
정말 실제적으로 다양한 영역에서
그를 만지시고 붙드시고 동행하고
계신 게 보인다.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주님을 더 붙들고
살아왔는데, 정말 그분의 일하심을
자녀를 통해 보게 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딸아~
너도 오직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모든 지혜의 근본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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